문학이 잘 팔린다고?...대학생이 만드는 팟캐스트 ‘잘 팔리는 문학회’

입력 2017-07-24 18:28  






[캠퍼스 잡앤조이=이신후 인턴기자] 팟캐스트 ‘잘 팔리는 문학회(이하 잘팔문)’를 접하게 된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한국인의 2016년 독서량은 연간 8.7권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인데, 문학이 잘 팔린다니? 소설 낭독과 작품 감상으로 구성됐음을 알린 표제도 시시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하철과 버스로 오가며 30~40분의 방송을 듣고 있자니 점점 ‘와이파이 독서모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학생이 선정한 소설을 듣고,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문단 내 성폭력, 친일 문학, 등단제도 등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걸 들으며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서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잘팔문은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이 작년 6월부터 만든 팟캐스트다. 소설학회 이름과 똑같다. 매주 하나의 소설을 선택해 낭독하고 소설 주제와 관련된 얘기를 나눈다. 때로는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독립잡지도 인터뷰했다. 최근 30화를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사이 입소문을 타고 팟빵 구독자만 613명이 됐다(애플은 추산할 수 없어 알 수 없다). 잡지사에서 인터뷰도 하고, ‘젊은 시인의 다락방’이라는 팟캐스트에도 출연했다. 그래도 문학에 관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고 느껴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다른 플랫폼에도 송출할 예정이다. 7월 26일과 27일에는 학교 근처 독립서점과 함께 일일책방지기를 하며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거침없는 행보를 자랑하는 잘팔문 학회원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팟캐스트 ‘잘 팔리는 문학회’가 학회명을 따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학회를 소개한다면

“‘잘 팔리는 문학회’는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소설학회다. 2003년에 선배들이 장르소설도 연구하자며 만든 동아리다. 당시만 해도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는 분위기가 있어서 소설, 시, 희곡, 장르문학 총 4개의 학회가 있었다. 지금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가 희미해져 모든 소설을 연구하고 학회원이 쓴 소설을 합평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약 40명 내외의 학과생이 잘팔문에 가입한 상태다.”(김진영, 이하 진영) 




-팟캐스트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작년에 팟캐스트를 알게 됐다. 진행자들의 이력을 보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할 수 있더라. 팟캐스트의 매력을 깨달은 동시에 문학회에서 텍스트를 읽고 토론한 것을 타인에게도 나눠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학회장을 맡아서 자연스럽게 잘팔문 학회원들에게 팟캐스트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나를 포함한 6명의 인원이 모였다. 녹음에 참여하는 친구 4명, 도와주는 친구 2명 총 6명이었다.”(진영)

“진영 선배가 작년에 학회장을 맡으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는 활동만 하지 말고 문학을 가지고 놀아보자고 했다. 문학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토론한다던가, 한 해의 결과물을 회지로 제작하는데 종이로만 만들지 말고 웹매거진으로도 만들어보자며 기획회의를 하는 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학회원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문학이 ‘잘 팔릴 수 있게’ 재밌고 쉽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진행한 것 같다. 팟캐스트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손은정, 이하 은정) 

“문학에 관해 떠드는 장이 많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영화는 관객이 네이버 포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로 후기와 비평을 올리며 자신의 소감과 분석을 마음껏 표현한다. 여타 의견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대중과 대중이 소통하는 장이 있는데 문학 독자들은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식의 단순한 장밖에 없다. 이러한 공간이 부족한 이유는 작품을 비평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문학이 안 팔려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만들어 ‘우리가 문학을 잘 팔아보자.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것이기도 하다. (웃음) 팟빵의 경우 청취자가 댓글을 달 수 있어 의견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또 타 대학 문창과 학생, 문학회 등 연대할 수 있는 공간도 된다. 실제로 세종대, 연세대, 공주대 문학회와 연이 닿기도 했다.”(진영)

-학업을 병행하며 팟캐스트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초기에는 마트에서 산 마이크로 녹음했다. 노트북 마이크 단자에 선을 꽂아서 학회 창작실에서 소설을 낭독하고, 돌아가며 낭독한 소설의 감상을 나누고 그랬다. 그런데 팀원들이 낭독할 때 연기나 내레이션을 실감 나게 해주니 점점 욕심이 생겼다. 대학생이 만드는 문학 팟캐스트라는 독특한 소재라는 것에 사로잡혀 많이들 들어주겠지 하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래서 작년 6월 중순, 방학하자마자 망원동에 있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녹음할 수 있는 장비를 빌릴 때 드는 돈, 학교와 먼 거리에 위치한 스튜디오로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등 힘들긴 했다. 회장으로서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해 더 미안했다.”(진영)



△ 잘팔문 팀원들이 팟캐스트 젊은 시인의 다락방’ PD(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잘팔문 초반에는 소설 낭독과 감상이 주를 이루다 문단 이슈, 독립서점 방문기, 독립잡지 인터뷰 등 다양한 주제도 나왔다. 원래 계획했던 부분인가

“사실 팟캐스트를 만든 게 즉흥적인 감이 없지 않아서 처음부터 계획하고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방송을 제작한 건 아니다. (웃음) 주제는 주로 진영 선배가 여러 가지를 생각해오면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했고, 독립서점과 독립잡지 인터뷰도 그때 당시 문단계의 흐름을 반영해 회의를 거쳐 만든 거다.”(은정)

“다양한 주제와 소재가 등장했지만, 일관된 메시지는 있다. ‘문학이 잘 팔리는 데 도움 되도록 대학생의 시선으로 작품을 풀어내고, 재밌게 접근하도록 만들겠다. 우리 같이 문학 읽어봅시다.’”(진영)

-최근 시즌1을 마쳤다. ‘잘팔문 시즌2’는 언제쯤일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시즌2는 4명의 17학번으로 구성된 2기 친구들이 이끌어간다. 1기 팀원들이 군대에 가게 돼 새로 뽑게 됐는데, 그들끼리 열심히 기획 중이다. 나도 올해까지만 도와주고 물러날 예정이라 시즌2는 새로운 잘팔문 회장이 소개하는 게 좋겠다.”(진영)

“시즌1 활동이 이제 막 마무리돼 시즌2는 8월 말부터 송출할 예정이다. 이제 막 역할 분담을 끝냈다. 비디오 편집, 대본, 총무 등. 시즌1 때 선배들을 도우며 제작 과정을 지켜봤는데, 진영 선배가 비디오 편집, 대본 제작, 페이스북 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홍보물 제작 등 혼자 하는 일이 너무 많더라. 2기는 누구 한 명이 리더라기보다는 팀원 모두가 잘팔문을 끌고 가자고 논의해 시즌2 제작을 맡자마자 역할 분담부터 시작했다. 방송 진행도 팀원 모두가 한 번씩 돌아가며 할 예정이다.”(전정필, 이하 정필)

“선배들이 일궈낸 반응을 잘 가져가야겠다는 생각과 시즌1보다 더욱 잘나가게 하자는 각오로 기획 중이다. 최근 기획을 마친 주제가 ‘N포 세대에게 사랑은 무엇인가-김금희 작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와 함께(가제)’다. 잘팔문의 모토처럼 무겁게 시작하기보다는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 1기는 단편소설을 읽고 소설의 주제를 가지고 문학 토크를 했다면, 2기는 여기에 문학과 관련된 사연이나 일상적인 고민도 받는다. 매주 주제를 선정한 뒤 관련된 사연을 보내달라고 홍보하려고 한다.”(주은지, 이하 은지)

-‘잘팔문’의 앞으로의 계획은

“문학회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 만큼 학과와 학교 내의 창작 분위기를 끌어내고 싶다. 팟캐스트 외에도 ‘당적모적’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당신이 적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적어라’의 준말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짧은 글, 일상의 이야기를 적는 것도 모두 수용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글쓰기보다는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해 종내에는 학회원뿐만 아니라 문학에 관심 있는 모두가 ‘너도 이렇게 생각했구나. 나도 그랬어.’ 하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성장하고 싶다. 선배들이 이끌어온 것을 지킬 뿐만 아니라 더욱 전진하는 잘팔문이 되겠다.”(정필)

“시즌2에서 일상 사연도 받겠다고 한 이유가 작품 낭독, 감상만 얘기하면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어서 ‘내 곁에 있는 이들이 생각하는 문학’이라고 여겨질 수 있도록, 거리성을 좁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20대가 참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잘팔문을 통해 문학을 접하고, 사색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러한 고민이 많은 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구독자 수 1000명은 넘겼으면 좋겠다. (웃음) 또 잘팔문은 타 대학 문창과, 문학회와도 열심히 소통하고 싶다.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겠다.”(은지)

사진=서울과학기술대 소설학회 ‘잘 팔리는 문학회’

글=이신후 인턴기자

sin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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